
정말 가슴 아프게 읽은 책이다.
가난이라는 무게 때문에 짊어져야 했던 폭력이 성추행으로, 미성년자 강간으로, 사랑을 빙자한 데이트 폭력으로 이어졌다. 그리고 그 모든 폭력의 완성은 성매매였다. 결국 자본이 부족한 여성이 당하게 되는 폭력과 착취이다. 이러한 경험들이 얽히고설켜 성매매에 유입되고, 또 한 번 성매매에 유입되면 왜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인지, 한 여성의 경험을 가슴 아프게 이야기하면서 성매매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.
나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?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? 장담 할 수 없어서 마음이 더 아프고 답답했다.
성매매는 특수하게 일어나는 이슈가 아니며,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수 많은 사회 문제 중 하나다. 한국 남성들의 성폭력 문화와 저질스런 놀이 문화가 얽혀있는 성매매는 결코 성매매 여성의 문제가 아닌, 그 카르텔에 있는 포주, 업주, 특히 구매자가 없어지면 사라질 수 있는 산업구조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.
이 책을 읽고 성매매 산업 구조에 대한 나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.
2차가 빨리 끝나 바닷가 방파제에 앉아 미친 듯이 깡소주를 마셨다. 취하기는커녕 더 또렷해지는 내 감정들을 버리고 바다로 몸을 던지고 싶었다.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내 삶이 원망스럽고, 아픈 내 마음을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외로움이 싫었다. 술집 여자로 늙어가는 내 모습이 저주스러웠다. 이대로 바다로 뛰어들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 바위 위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시커먼 바다로 차마 몸을 던지지 못했다.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없이 울었다. 죽을 용기도 없는 자신을 미워하고 또 미워했다. 그날 그 조용한 바다는 나의 슬픔으로 물들어 있었다. -143p
이 책이 리얼리티 '소설'이었으면 했다. 이내 반성했다. 왜 나는 이 목소리를 또 지우려고 했을까. 울려야 할 목소리는 흔해빠진 수신불능자들에 의해 꾸준히 지워졌다. 그렇지 않고는 성착취 카르텔을 눈앞에 두고 '강제냐 자발이냐', '착취냐 아니냐'를 궁금해 할 수 없다. 이 불필요하며 사악한 질문이 또 떠오른다면 이 책부터 완독하기를 권한다. - 김홍미리 (여성주의 연구활동가)